읽었다는 자체가 마치 훈장 같았다.
2015년 바스락 모임을 시작한 이후로 독서모임은 숨쉬듯 자연스러운 활동이 됐다. 2019년에 어떤 독서모임을 했을 때는 1주일에 1권의 책을 읽고 서평까지 썼으며, 바스락모임을 했던 2015년~2022년에는 2주에 한 권씩은 꼭 읽었다.
책을 제대로 읽지 않았을 때는 읽었다는 자체가 마치 훈장 같았다. 대부분 읽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서 책 제목이나 내용 일부만 이야기하더라도 그들은 책 읽는 사람은 다르다며 우러러 봤다. 그땐 그게 책 읽는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호사라고 생각했다. 그건 착각이었다.
1년에 100권을 읽었을 때 다른 사람들은 '우와 정말 멋지네!'라며 치켜세웠지만 시간을 내어 열심히 읽었던 100권은 서로 뚜렷한 접점도 없었고 수많은 책들을 읽었다는 사실만 남았을 뿐 그 외에는 전혀 남는 게 없다. (남았을지라도 어쩌면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 뿐.)
그렇다보니 몇 년 전부터는 많은 책을 읽는다는 게 의미 있는 활동인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물론 책을 전혀 읽지 않던 사람들이 많은 책을 읽으며 취향을 찾아가고, 읽는 재미를 찾는다는 사실에는 여전히 동의하는 바이지만 더 이상 책이 '강요' 혹은 '죄책감'으로 읽었던 시절을 뛰어 넘은 사람에게는 단순히 책을 많이 읽는 것이 의미 없는 행위가 되어버렸다.
머리가 아파서 약국에 가서 타이레놀과 같은 해열제을 사면 두통은 2~3시간 뒤면 금세 해결된다. 그 후로 증상이 재발하지 않으면 남아있는 약은 쓸모를 다한다. 책도 비슷하다. 마음이 아파서 샀던 심리학 책은 특정 시기가 지나면 읽히지 않고, 인간관계에 상처를 받아서 '카네기 인간관계론'을 구입했다면 주말 내내 푹 쉬고 나면 읽기도 전에 마음이 회복되어있을지도 모른다.
책 자체보다, 읽는 사람을 얻는 것이 더 소중하다.
많은 모임을 줄였지만 여전히 독서모임은 내 삶 속에 가득하다. 덕분에 언제나 책 읽는 사람이 많아서 최근에 읽었던 책을 추천해주기도 하고, 반대로 좋은 책을 덩달아 추천받기도 한다. 요즘에는 추천 받은 책을 읽어보니 무척 좋았다는 피드백을 받을 때가 삶의 행복을 구성하는 요건 중 하나다. 왜 그게 행복의 요건 중 하나가 될만큼이냐고 묻는다면 일단 추천을 받았으며, 추천 받은 책을 리스트에만 담아두지 않고 읽었으며, 거기에 읽으면서 좋았단 사실을 나에게 전달해주는 무척 지리한 과정을 거쳤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귀찮고 게으르다. 남의 말도 잘 안 듣는다.)
몇 년 전부터 함께 독서모임을 했던 한 친구는 처음에는 남의 눈도 잘 못 맞추고, 할 말이 꽤 많은 눈빛인데도 말 잘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본인의 발언권을 스스로 얻지 못했는데, 지금은 본인의 관심사를 기반으로 한 모임을 이끌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말 잘한다는 소리를 듣기도 한다.
또 다른 사람은 면접이 늘 너무나 두려웠는데, 독서모임을 몇 번하고 나니까 여전히 두렵지만 그럼에도 내 스스로에 대해서는 이제 똑부러지게 말할 수 있게 됐다고 전해주기도 했다. (특히 전에 함께 읽었던 강점혁명에서 나온 본인의 강점 5가지를 면접 때 활용했다고 웃으면서 말해주기도 했다)
가장 부유한 삶은 이야기가 있는 삶이라네.
고 이어령 선생님은 '가장 부유한 삶은 이야기 있는 삶'이라고 말했다. 남과 비교하는 진부한 이야기 대신 하나뿐인 혹은 흔치 않은 이야기를 할 때가 가장 즐겁다. 이야기 있는 삶에 발을 들이는 순간 그때부터 없던 삶으로 돌아가긴 힘들다. 재미를 알았으니.
몇 달 전에는 독서모임에 꾸준히 참여하고 계신 분이 나중에 아이가 크면 이 모임에 꼭 데려오고 싶다고 말씀하셨다. 덕분에 내 목표도 훨씬 커졌다. 그 아이가 커서 독서모임에 올 때까지 버텨야겠다. (웃음) 그래서 그때 '엄마가 참여하라고 해서 억지로 온건데 막상 하고보니 정말 재밌었어요' 말을 들으면 얼마나 뿌듯할까. 그리고 세상에 이 스토리를 가진 사람이 얼마나 될까. 바로 이런 것이 이어령 선생님이 말씀하신 부유한 삶이다.
지난 몇 년간 꾸준히 독서모임을 하면서 재밌는 사실이 하나 있다.
처음 참여하는 사람은 누구나 독서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이 굉장히 똑똑하고 말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본인은 그런 사람이 아니고, 이미 참여하고 있는 사람은 그런 사람이기에 참여를 주저한다. (비교당하기 좋으니)
어떤 사람들은 그 이유로 인해 영원히 참여하지 못하고, 또 다른 사람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눈 꾹 감고 참여한다.
전자는 다시 몇 년이 걸려서 오거나 영영 참여할 기회를 잃고, 후자는 '어? 내가 생각한 거랑 다르네?'라며 자신감을 얻는다.
나만 못하거나 어려운 건 없다. 내가 못하거나 어려우면 많은 사람들도 그러고 있을 확률이 높다.
그러니 살면서 우리가 자주 느껴야하는 건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와 같은 동질감.
그러려면 고민을 혼자 안고 있기보다는 비슷한 환경에 있는 사람들에게 자주 말해야 한다.
내가 가진 문제는 혼자 가지고 있을 때 가장 무겁고, 다른 사람과 나눌 때 가장 가볍다.
읽었다는 자체가 마치 훈장 같았다.
2015년 바스락 모임을 시작한 이후로 독서모임은 숨쉬듯 자연스러운 활동이 됐다. 2019년에 어떤 독서모임을 했을 때는 1주일에 1권의 책을 읽고 서평까지 썼으며, 바스락모임을 했던 2015년~2022년에는 2주에 한 권씩은 꼭 읽었다.
책을 제대로 읽지 않았을 때는 읽었다는 자체가 마치 훈장 같았다. 대부분 읽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서 책 제목이나 내용 일부만 이야기하더라도 그들은 책 읽는 사람은 다르다며 우러러 봤다. 그땐 그게 책 읽는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호사라고 생각했다. 그건 착각이었다.
1년에 100권을 읽었을 때 다른 사람들은 '우와 정말 멋지네!'라며 치켜세웠지만 시간을 내어 열심히 읽었던 100권은 서로 뚜렷한 접점도 없었고 수많은 책들을 읽었다는 사실만 남았을 뿐 그 외에는 전혀 남는 게 없다. (남았을지라도 어쩌면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 뿐.)
그렇다보니 몇 년 전부터는 많은 책을 읽는다는 게 의미 있는 활동인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물론 책을 전혀 읽지 않던 사람들이 많은 책을 읽으며 취향을 찾아가고, 읽는 재미를 찾는다는 사실에는 여전히 동의하는 바이지만 더 이상 책이 '강요' 혹은 '죄책감'으로 읽었던 시절을 뛰어 넘은 사람에게는 단순히 책을 많이 읽는 것이 의미 없는 행위가 되어버렸다.
머리가 아파서 약국에 가서 타이레놀과 같은 해열제을 사면 두통은 2~3시간 뒤면 금세 해결된다. 그 후로 증상이 재발하지 않으면 남아있는 약은 쓸모를 다한다. 책도 비슷하다. 마음이 아파서 샀던 심리학 책은 특정 시기가 지나면 읽히지 않고, 인간관계에 상처를 받아서 '카네기 인간관계론'을 구입했다면 주말 내내 푹 쉬고 나면 읽기도 전에 마음이 회복되어있을지도 모른다.
책 자체보다, 읽는 사람을 얻는 것이 더 소중하다.
많은 모임을 줄였지만 여전히 독서모임은 내 삶 속에 가득하다. 덕분에 언제나 책 읽는 사람이 많아서 최근에 읽었던 책을 추천해주기도 하고, 반대로 좋은 책을 덩달아 추천받기도 한다. 요즘에는 추천 받은 책을 읽어보니 무척 좋았다는 피드백을 받을 때가 삶의 행복을 구성하는 요건 중 하나다. 왜 그게 행복의 요건 중 하나가 될만큼이냐고 묻는다면 일단 추천을 받았으며, 추천 받은 책을 리스트에만 담아두지 않고 읽었으며, 거기에 읽으면서 좋았단 사실을 나에게 전달해주는 무척 지리한 과정을 거쳤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귀찮고 게으르다. 남의 말도 잘 안 듣는다.)
몇 년 전부터 함께 독서모임을 했던 한 친구는 처음에는 남의 눈도 잘 못 맞추고, 할 말이 꽤 많은 눈빛인데도 말 잘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본인의 발언권을 스스로 얻지 못했는데, 지금은 본인의 관심사를 기반으로 한 모임을 이끌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말 잘한다는 소리를 듣기도 한다.
또 다른 사람은 면접이 늘 너무나 두려웠는데, 독서모임을 몇 번하고 나니까 여전히 두렵지만 그럼에도 내 스스로에 대해서는 이제 똑부러지게 말할 수 있게 됐다고 전해주기도 했다. (특히 전에 함께 읽었던 강점혁명에서 나온 본인의 강점 5가지를 면접 때 활용했다고 웃으면서 말해주기도 했다)
고 이어령 선생님은 '가장 부유한 삶은 이야기 있는 삶'이라고 말했다. 남과 비교하는 진부한 이야기 대신 하나뿐인 혹은 흔치 않은 이야기를 할 때가 가장 즐겁다. 이야기 있는 삶에 발을 들이는 순간 그때부터 없던 삶으로 돌아가긴 힘들다. 재미를 알았으니.
몇 달 전에는 독서모임에 꾸준히 참여하고 계신 분이 나중에 아이가 크면 이 모임에 꼭 데려오고 싶다고 말씀하셨다. 덕분에 내 목표도 훨씬 커졌다. 그 아이가 커서 독서모임에 올 때까지 버텨야겠다. (웃음) 그래서 그때 '엄마가 참여하라고 해서 억지로 온건데 막상 하고보니 정말 재밌었어요' 말을 들으면 얼마나 뿌듯할까. 그리고 세상에 이 스토리를 가진 사람이 얼마나 될까. 바로 이런 것이 이어령 선생님이 말씀하신 부유한 삶이다.
지난 몇 년간 꾸준히 독서모임을 하면서 재밌는 사실이 하나 있다.
처음 참여하는 사람은 누구나 독서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이 굉장히 똑똑하고 말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본인은 그런 사람이 아니고, 이미 참여하고 있는 사람은 그런 사람이기에 참여를 주저한다. (비교당하기 좋으니)
어떤 사람들은 그 이유로 인해 영원히 참여하지 못하고, 또 다른 사람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눈 꾹 감고 참여한다.
전자는 다시 몇 년이 걸려서 오거나 영영 참여할 기회를 잃고, 후자는 '어? 내가 생각한 거랑 다르네?'라며 자신감을 얻는다.
나만 못하거나 어려운 건 없다. 내가 못하거나 어려우면 많은 사람들도 그러고 있을 확률이 높다.
그러니 살면서 우리가 자주 느껴야하는 건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와 같은 동질감.
그러려면 고민을 혼자 안고 있기보다는 비슷한 환경에 있는 사람들에게 자주 말해야 한다.
내가 가진 문제는 혼자 가지고 있을 때 가장 무겁고, 다른 사람과 나눌 때 가장 가볍다.